그곳에 가면, 봄에는 연녹색 청보리밭이 하늘거리고, 가을이면 노오란 해바라기와 하얀, 분홍 코스모스가 활짝 반겨주는 곳, 그곳은 바로 '연천 호로고루' 입니다. 광활한 들판과 하늘이 만든 자연의 요새 '호로고루', 그 묘한 어울림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연천 호로고루 성은...
연천 호로고루 성은 고구려 시대 지어진 성으로, 고구려가 남쪽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남쪽으로 내려오는 최단 육로 코스를 확보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였으며, 임진강에 접한 천연 현무암 절벽 위에 세워져서, 성을 포함한 주변 풍광이 가히 하늘이 내려준 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신성한 느낌을 줍니다.
연천 호로고루 성지에서는 고구려 기와가 다량 출토되었는데, 당시 기와는 왕궁이나 사찰 등 아주 중요한 건물에서만 사용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런 연유로, 연천 호로고루 성은, 다른 일반 성에 비해, 군사적 목적의 용도 이외에도 기능적으로 아주 중요한 성이었다는 객관적 추측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성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기와 조각 비슷한 것들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물론, 고구려 당시의 기와인지는 확인이 필요하겠지요?
연천 호로고루 성지 주변은 임진강을 따라 10~15km의 자연 수직 절벽이 형성되어 있어서, 자연적인 형태 만으로도 적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만큼 천혜의 방어 진지 역할을 합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성벽을 쌓는데도 시간이나 비용이 그만큼 절감되었고, 성벽도 보충성벽 기법으로 쌓아 올려, 적의 공격은 물론, 자연재해로 부터 성벽이 무너지지 않게끔 튼튼하게 지어졌습니다.
연천 호로고루 성에 가면
연천 호로고루 성 입구에는 이처럼 광개토대왕릉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2002년 남북사회문화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북한에서 들어온 모형으로, 2015년 남과 북의 통일을 염원하며 연천군에 기증되었다고 합니다. 광개토대왕의 아들인 장수왕이 아버지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광개토대왕릉비는, 압록강을 너머 영토를 확장하려던 고구려의 기상이 물씬 배어있는 모습입니다.
연천 호로고루 성 입구를 지나 거닐다 보면, 이렇게 호로고루 성벽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오른쪽은 임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어서 성벽과 임진강의 풍경 조화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고구려인이 임진강 물길 위로 쌓은 성벽에, 쳐들어온 신라인이 다시금 신라의 돌을 붙이고, 호로고루 성은 역사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더 견고해진 모습으로 그렇게 서 있었습니다.
연천 호로고루 성 위로 오르는 계단이 보이고, 그 주변에는 개망초가 예쁘게 피어있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이어지는 돌계단의 모습이 마치 하늘로 향하는 제단을 연상케 할 만큼 신성한 느낌을 줍니다. 그렇게 계단을 올라가는 발걸음도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던 것은 그런 느낌 때문이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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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호로고루 성 위에서 바라본 주변 전경입니다. 멀리 임진강이 보이고, 청보리 밭이 파랗게 물들어 있습니다. 이곳은 몇 번 방문한 곳인데, 날씨가 좋을 때도 또 이처럼 먹구름이 껴있을 때도, 탁 트인 자연 속에서 크게 숨 한번 쉬어보는 상쾌함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연천 호로고루 성에는 이렇게 망향단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북쪽 실향민들이 저 멀리 가족들이 살던 북녘땅을 향해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곳입니다. 압록강을 너머 영역을 확장했던 고구려 시대의 성벽 위에서, 이젠 통일을 염원하며 분단된 북녘땅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지금의 현실이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연천 호로고루 입구에 있는 호로고루 홍보관 내부 사진입니다. 맨 위 광개토대왕릉비 사진 뒤편으로 세워져 있는 건물이 바로 홍보관입니다. 홍보관 안에 들어가면, 연천 호로고루 성에 관한 역사와 유적들에 관해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해설사 분이 상주하고 계십니다. 역사적인 내용이 담겨있는 박물관이나 홍보관, 유적지 등에서는 꼭 해설사 분을 통해 설명을 들어보시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눈으로만 보는 것과는 과히 체감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그곳에 가면] 주말 여행, 인생 사진 명소 연천 임진강 댑싸리공원
연천 호로고루 성지 관람을 마치며...
이름도 생소한 연천 호로고루, 처음에는 몽골이나 중국에 있는 관광지 이름인 줄 알 정도로 낯선 곳이었는데, 막상 방문해 보면 왜 이곳이 고구려 시대의 유적일 수밖에 없는지 깨닫게 되는, 깊은 인상을 주는 곳으로 바뀌게 됩니다. 광활한 자연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고구려 시대의 오래된 성벽, 그 겉면에서부터 묻어나는 당시의 역사적 고증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고구려의 개마무사가 되어 초지를 달리고 싶다는 상상력을 마음속 한편에 선사해 주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주말 나들이 장소로 손색이 없는 연천 호로고루, 가족들과 함께 고구려의 강한 기상이 느껴지는 바람 한 번 쐬러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 연천 호로고루 정보
- 주소: 경기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1257-1 / T: 031-839-2565
- 주차: 무료
- 입장료: 무료
- 반려 동물: 동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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