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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그곳에 가면] 주말 나들이 양평 "구둔역", 일제 강점기 철길 위에 서서

by 내삶평 2023.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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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일제 강점기 시절을 지나 10여 년 전 폐역이 되어 더 이상 기차가 달리지 않는 역, 바로 양평 "구둔역"입니다. 작고 초라해 보이는 역이지만 마치 오늘이라도 기차가 다시 달려갈 듯 길게 뻗은 철길이 있는 곳, "구둔역"으로 가봅니다.

 

 

일제 강점기의 흔적이 살아있는 "구둔역"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의 물자 공급을 위해 지어진 중앙선에 설치된 양평 구둔역 전경 사진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의 물자 공급을 위해 지어진 중앙선에 설치된 양평 구둔역 전경

 

양평 구둔역, 그곳은  1940년 일제 강점기 시대에 지어진 중앙선에 설치된 역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중앙선은 서울의 청량리에서부터 강원도 원주, 경상북도 안동 및 경주를 잇는 철도이며,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의 물자 공급과 운반을 목적으로 일본이 설치한 철길이죠. 일본이 설치했다고는 하나 모든 노동력은 우리 선조들이 맡으셨을 것이기에 선조들의 땀과 피가 묻어있는 철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렇게 지어진 양평 구둔역은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최근까지 실제로 사용되다가 2012년부터 철도 노선 변경으로 인해 사용이 되지 않는 폐역이 되었습니다. 이 역을 통해 출퇴근도 하고 유용하게 이용해 왔던 인근 주민들에게는 참으로 아쉬운 상황일 수밖에 없었을 텐데요. 구둔역은 폐역이 되었지만 그 모습은 그대로 유지를 하고 있어서, 주말이면 그 향수를 느껴보고자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방문을 하고 있답니다.

 

 

양평 "구둔역" 전경 둘러보기

 

역 안에서 바라본 양평 구둔역 전경 사진
역 안에서 바라본 구둔역 건물 전경

 

양평 구둔역 건물에는 손님이 열차를 기다리던 대합실과 역무원이 업무를 보았던 역무실로 나뉘어 있습니다. 시골의 어느 마을의 작은 역처럼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담한 모습을 하고 있지요. 구둔역 건물은 역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기차를 쉽게 볼 수 있도록 역무실의 일부 공간을 사진 오른쪽처럼 튀어나오게 지었고, 삼면에 커다란 창을 달아 놓은 것이 특징입니다. 

 

역 건물의 지붕은 마치 책을 엎어 놓은 것 마냥 박공지붕으로 만들었고, 철도 쪽 대합실 출입구에는 사진 왼편에서 볼 수 있듯이 비와 햇빛을 가리는 차양 지붕을 설치했습니다. 구둔역을 이용하는 손님들을 위한 배려가 조금 돋보이는 부분인 듯한데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기차오기를 기다리며 지붕 아래 옹기종기 모여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뭇 그려지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달리지 못해 기차역 한 켠에서 고단한 몸을 쉬고 있는 열차 모습 사진
이제는 달리지 못해 기차역 한 켠에서 고단한 몸을 쉬고 있는 열차 모습

양평 구둔역 역사를 지나 안으로 들어오면 이렇게 낡은 외관의 열차를 볼 수가 있습니다. 열심히 달렸던 지나날을 회고하며, 이제는 기나긴 쉼을 쉬고 있는 듯한 열차의 외관은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모습입니다. 참고로 이 열차는 기차는 아니었고, 오래전 사용되었던 전기로 구동되는 구형 지하철이었습니다.

 

세월에 묻혀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구둔역 이정표 사진
구둔역 이정표, 이제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자연에 묻혀간다.

 

양평 구둔역 이정표, 석불역과 매곡역을 오간다는 표지판이 이제는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자연 속으로 묻혀가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석불역은 구둔역과 마찬가지로 폐역이 되어 현재는 사용할 수 없는 역이 되었지만, 매곡역은 중앙선의 복선 전철화 작업으로, 옛 역사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이설해 현재 사용 중인 역이라고 해요. 다만, 옛 석불역과 매곡역 역사는 구둔역과 달리 역사명도 떼어내고 철길도 모두 철거해서 더 이상 옛 정취는 볼 수 없는 역이 되었습니다.

 

구둔역 철로 일부가 그대로 보존되어, 관광객들의 포토존으로 사랑 받고 있다.
구둔역은 일부 철로를 그대로 두어 관광객들의 포토존으로 이름값을 하고 있다.

 

양평 구둔역에서 핫 포토존으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철길의 모습입니다. 짧지만 실제로 걸어보면 그리 짧다고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충분한 거리감이 있는 철길이었고, 가족들과 연인들이 각자의 구도를 잡아가며 열심히 셔터를 누르는 모습들이 참으로 인상적인 곳이었죠. 이젠 폐역이 된 구둔역을 그려보기 위해 흑백으로 한 장 찍어봤는데, 나름 구도가 괜찮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결론적으로 어느 누가 찍어도 이 이상의 사진은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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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리는 철길을 바라보면서 우리 인생사 같다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곧은길을 가기도 하고, 때로는 꺾어진 길을 가기도 하고, 또 때로는 위험 천만한 높은 다리 위를 달리기도 하고, 어두운 터널까지... 한치 앞길을 알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이 마치 철길과 비슷해 보여서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그룹 동물원의 '백마에서'라는 노래 가사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흔들거리는 교외선에 몸을 싣고서 백마라는 작은 마을에 내렸지'. 예전 추억의 데이트는 이렇게 흔들거리는 기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서 연인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것이 유행일 때가 있었죠. 그럼 꼭 해보는 것이 연인들끼리 손을 마주 잡고 철길 위를 함께 걸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양평 구둔역에서는 이런 연인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이 험한 철길 위를 우리 같이 손잡고 끝까지 달려보자" 

 

양평 구둔역은 폐역이 되었지만, 각종 영화와 CF 촬영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각종 영화와 CF 촬영지로 변모한 양평 구둔역

 

양평 구둔역 주차장 입구에는 이처럼 구둔역을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와 CF 등을 소개하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영화 '건축학 개론'에도 나왔다고 하니, 갑자기 구둔역 이미지가 다시금 새롭게 느껴지는데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사진 찍기 더없이 좋은 곳이고, 나이 드신 분들에게도 추억의 장소가 충분히 될 수 있을만한 곳임은 자명하다고 생각됩니다. 

 

 

글을 마치며...

 

양평 구둔역은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다른 관광지처럼 시설이 체대로 갖춰진 곳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일제 강점기의 철도 역사 건축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폐역이지만 이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수많은 이들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한 번쯤 더 오고 싶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 CF, 뮤직 비디오 등 대중 매체의 필름 속에 한 장면으로 남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겠죠.

 

주말에 어디를 가볼까 스마트폰으로 폭풍 검색하며 고민을 일삼는 가족분들, 연인 분들이 계시다면, 작고 아담하지만 조용하고 추억이 새록새록 돋게 하는, 멋진 인생 사진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이곳, 양평 구둔역으로 발걸음을 한 번 옮겨보시면 어떨까 조심스럽게 추천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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